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상황극 '드라마 플레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르페(26)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한국에 온 이후 안산 공단 지역을 전전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한 달 전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배우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영상 촬영 방법등을 배우고 있는 곳은 '지구인의 정류장' 이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아지트'. 아르페 씨는 이 곳에서 영상 장비 및 편집기술 등을 배우면서 다양한 영상물을 연출해보고 '드라마 플레이'와 같은 즉흥 상황극에 참여할 예정에 있다.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는 날 함께 시험을 보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을 자발적으로 영상 인터뷰해보기도 했다는 그는 아직 말은 서툴지만 "이거(카메라를 가리킴)와 컴퓨터에서 하는 것(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왼쪽 : '지구인의 정류장' 입구 모습

 > 오른쪽 : '지구인의 정류장'이 위치한 골목. 평범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 쉽진 않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사업 진행 '지구인의 정류장'


 안산시 원곡동 다세대주택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지구인의 정류장'은 아르페 씨와 같은 같은 이주노동자들을 위주로 이들의 미디어 교육을 지원하고 직접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 단체다. 미디어 교육 뿐만이 아니다. 한국어와 인권 관련, 법 제도 관련 내용 또한 교육하고 지원함은 물론 노동이나 현지 생활과 관련한 상담을 병행하고, 이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도록 쉼터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쉼터는 임시 거주공간으로서 기능하기도 하는데, 현재도 10 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47) 대표는 "안산 지역은 이주노동자 대략 7%, 이주한 한국인들 90%, 선주민 2~3% 정도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쯤되면 '정착 보다는 도시 자체가 붕 떠있는 상태, '정착성이 없음'이 하나의 하나의 특성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우측)와 최종만 강사(좌측)

 

 

 

  그는 "이들을 고용한 사장들도 많은 수가 안산이 집이 아니라, 강남 등 외지에 있는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구조다"며 "그러다보니 지역민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집단이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다. 공단지역에서의 많은 세수로 인해 안산지역은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누군가 머물고 간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 최 대표는 소위 다문화 담론이 생긴지 10여 년이 다 되어간다"며 "그럼에도 이주민 수 만명에 대한 삶의 기록, 도시의 역사일수도 있는 그 모습들은 누가 기억하고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는 2007년에 미디어 지원활동을 시작했으며, 2년 뒤인 2009년에 '지구인의 정류장' 전신인 '이주노동자 영상제작소'를 개소했다고 한다.

 

 

 

 교육과 생활이 구분이 무의미한 '삶의 공간'

 

 오후 세 시 쯤 되자 안그래도 북적북적하던 '지구인의 정류장'은 안산 지역 극단인 '북새통' 사람들과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로 앉을 틈이 없이 가득찼다. 최근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드라마 플레이'를 위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것. '지구인의 정류장' 최종만(33) 강사는 "드라마 플레이는 안산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안산지역의 '북새통'이라는 극단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추석에 이주노동자들은 무엇을 할 것이냐?' 등의 간단한 주제로 연기, 소리, 몸짓을 이용한 즉흥적인 상황극을 연출해 보는 것이다"며 "9월 9일에 상영회를 할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 왼쪽 :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 오른쪽 : 사람들로 가득 차 버린 거실

 

 

  20여 명의 회의 참가자들은 어떤 상황극을 만들 것인가, 누가 배우가 될 것인가, 누가 연출할 것인가 등의 세세한 것들에 대해 2시간이 넘게 토론을 진행했다. 기자가 현장에서 철수할때까지 이 토론의 열기는 끊이지 않았는데, 넓직한 거실이긴 하지만 20 여 명이 뿜어대는 열기는 커다란 에어컨을 무색케 할 정도로 '후덥지근' 했다.

 

 한편으로 옆 방에서는 한국어 강사 음정희(44) 샘이 에티오피아에서 온 월쿠(28) 씨와 서로 부채질을 해가며 도란도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다가 어제 병원비로 19만원을 내고 진료 영수증을 못 받은 한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심각하게 상담해주고 있고, 부엌에서는 캄보디아 전통 음식으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저녁 요리가 한창이었다. 장소가 다세대주택이어서 더욱이 그래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한 '집 안'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다양한 '사건'들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임의적인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생활'이라는 주제로 관통되는 삶의 현장 같았다고나 할까.

 

 > 왼쪽 : 주방에서는 저녁 식사로 캄보디아 전통 음식이 준비중이다.

 > 오른쪽 : 에티오피아에서 온 월쿠(좌측)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국어 강사 음정희(우측) 씨

 

 

 

 말할 수 있는 '언론', 공감받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이주노동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현지 한국인들과 비교해서 인권이나 처우, 생활환경등에서 '소수자'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령 미디어 교육이 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이들 나름대로 '공동체 언론'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한편으로 굳이 '미래'를 보지 않더라도 커뮤니티는 '커뮤니티' 나름 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사실상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의 지원에서도 많은 부분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커뮤니티는 최소한의 것들을 매개할 수 있는 '좋은 끈'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 들 뿐만 아니라 현지 한국인들에게도 '지구인의 정류장'은 꽤 재밌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동네의 숨은 방구석에서, 그 어느곳보다도 '글로벌'한 수많은 문화의 고속도로를 본 것 같았다.

 

 

 

 > 왼쪽 :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 스크랩과 연락처, 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알림판

 > 가운데 :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함께 한 활동 들이 정리되고 있다.

 > 오른쪽 : 현장에 구비되어 있는 각종 정보 책자

 

 

 

 

> 방에 모여있는 이주노동자들과 김이찬 대표

 

정혜교 기자  |  chkint@hanmail.net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강원재(OO은대학연구소 1소장)

 

 

 

 1.

 

 지역은 경제, 문화, 교육, 주거, 인구, 자연 등의 구성과 환경이 주변의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범위를 일컫는다. 문화예술은 특정사회의 의례나 예술작품, 건축, 의상 등에 깃들어 있는 도드라진 미적양식이거나 도구적 이성에서 출발하는 활동과 구분하는 감정의 활동양식, 또는 행위와 노동의 태도나 과정 및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양식이다.

 

 교육은 학습자로 하여금 지식과 기술 따위를 배우고 익히도록 하면서 학습자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활동을 말한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해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도드라진 특징을 갖는 특정지역 학습자들에게 지역주민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718일 수원 화서동 [다문화도서관]에서 진행된 다문화요리프로그램은 이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문화요리프로그램은 결혼이주여성들과 중도입국이주청소년, 그리고 화서동의 선주민이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서 이 사업의 주관단체인 [못골문화사랑]은 프로그램의 목표를 다문화가족의 소통지원과 수원지역의 다문화마을기업 모델 제시라 지원신청서에 밝히고 있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점을 짚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사회의 지형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현재 정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저 출산과 노동생산력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10년 간 적극적인 노동이주와 결혼이주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없는 정책이 대부분 그렇듯 다문화정책은 수많은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탈지역화와 소통단절로 인한 사회불안이 인구비율의 2.5% 이상으로 늘어난 이주민들 때문이라고 보는 인식이 관련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널리 퍼져가는 듯 보인다. 흉악범죄율의 상승과 실업률 증가가 이주민들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는 어떤 지표에도 나타나지 않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일부 경제약소국 이주민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는 사회불안에 대한 불만을 이주민들을 향하도록 만든다. 경제 강대국인 미국이나 유럽출신 이주민들에 의해 저질러진 엽기적 범죄와 이들의 범죄율이 경제약소국 이주민들보다 더 높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땀 뻘뻘 흘리며 벌어들인 최저 임금을 아껴 자국으로 송금하는 돈이 뉴욕 월가의 에어컨 빠방한 사무실에 앉은 앵글로색슨계 백인 남성이 컴퓨터 자판을 몇 번 두드려 여의도 증권가에서 빼내가는 천문학적 돈에 비할 바 아닌데도 늘어나는 실업률과 가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이주노동자 탓으로 돌리게 한다.

 

 물론 이주민들과 선주민들의 사회적 갈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와 복지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북유럽의 경우에도 문화와 언어가 다른 동유럽과 아랍계 이주민들에 의한 사회적 갈등이 최근 크게 불거지고 있고, 히스패닉계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갈등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관용과 자유, 박애, 평등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온 프랑스의 국민들조차 오랜 경제난과 실업문제에 부닥치자 그 원인을 정부의 다인종다문화를 조장하는 무분별한 이민 정책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이 되다보니 각 국 정부는 사회갈등을 통합으로 이어가려던 그간의 교육적 문화적 방식을 재점검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 흐름 가운데 하나가 파리8대학의 마르틴 압달라-프렛세이 교수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오랫동안 사회학적, 이념적, 인식론적 통념으로 짓눌려온상호문화주의와 그 교육에 대한 주목이다. 마르틴 교수는 상호문화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만남을 배우는 것이며, 따라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사물사람사실의 특성이 아니라 그들이 보는 방식, 그들의 표현과 표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다원사회에서의 시민교육의 목표는 전체성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과 관련된 개별성들이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절차와 과정, 발견과 만남 속에서 공동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단일성과 배타성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충성의 다원성에 따라 새로운 시민적 관계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라 제안한다. 그간 우리나라의 시민으로의 편입통합동화를 목표로 해온 많은 다문화교육들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해볼 때 마르틴 교수의 제안은 이주민 비율이 전체 인구의 2%를 넘어섰고, 점점 늘어나는 국제결혼과 이주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는 다문화가정의 증가 추세를 고려해볼 때 다원사회가 현실이 된 우리사회 시민교육의 대안으로 검토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2.

 

 못골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못골문화사랑]과 화서동의 [다문화도서관]이 함께 운영하는 다문화요리프로그램은 중국과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7명의 참가자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자국의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눠먹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원은 몇 년 새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급속히 높아졌고, 최근 벌어진 흉측한 살인사건으로 이주민에 대한 지역 선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서동 다문화도서관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특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결혼이주 여성인 이선아(2007년 이주)씨와 제준영(2010년 이주)씨의 표정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그동안 다른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지만, 강의식으로 가르치려고만 해서 힘들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 만들기를 같이 하면서 내가 강사가 되어 가르쳐주기도 하고, 참가한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이선아씨는 더 나아가 앞으로 여러 나라 출신의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엄마나라 말로 하는 구연동화와 같은 프로그램이 열리면 좋겠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없겠냐는 질문에 그림이나 목소리, 표정 등을 통한 느낌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마르틴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다원사회의 시민교육으로서의 상호문화교육 원리로 작동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상위 목표와 윤리적 가치가 과도하여 자칫 놓치기 쉬운 참가자들의 긍정적 학습동기를 조직하고 있다. 또한 학습과정상의 즐거움뿐 아니라 참가자 상호간의 긍정적 소통의 관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이 가르치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드느냐가 아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각자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를 서로 나누면서, 모국이 같다고 취미와 문화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과 취미와 문화가 다르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있어 보였다. 이러한 다양한 개별성들이 존중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 참여 그룹의 보편성이며, 따라서 공동의 가치 역시 보편성 안에서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말이다. 한복이나 전통음식과 역사들을 알아야 우리나라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같은 피부와 말을 쓰고, 같은 제도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하고서도 서로 벽을 쌓고 소통을 단절한 채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돌이켜 볼 때, 이주민들은 사회의 노동생산력이나 출산율을 높여주는 도구적 존재들이 아니라, 다른 피부와 언어와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새로운 관계 안에서 정을 쌓으며 삶을 소통하는 이웃이 될 수도 있음을 다문화도서관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능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표현 없이 권리 없고, 미디어 없이 변화 없다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이봐요! 우리 지금 한국에 살아요!'

 

 

 

고영직(문학평론가)

 

 

 영화 <방가방가>(2010)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을 적잖이 바꿔놓은 웰메이드(well-made) 작품이다.

 

 '불법 사람신세가 된 아시아 각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외국인 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해 이날을 고대하며 연습해온 한국 대중가요 <찬찬찬>을 부르는 대신에 방글라데시 노래 <오월의 바람>을 다함께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이 퍽 감동적이다. 그런데 영화 속 알 반장을 비롯한 이주 노동자들이 다함께 불렀던 <오월의 바람>은 방글라데시 노래가 아니다. 육상효 감독이 작사하고 신형이 작곡한 노래였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나는 지금 영화 <방가방가>가 이룩한 예술적 성과와 사회적 효과에 대해 몽니를 부리려는 것이 아니다. 이주 노동자에 관한 우리 안의 시선도 그렇고, 다문화주의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지자체에 의해 추진되는 온갖 사업들이 소위 관용 담론의 무의식적 프레임(frame)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만약 영화 속 아시아 각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진짜 방글라데시 노래를 합창하는 것으로 연출되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영화에 대한 극적 감동이 반감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한 시대의 시선은 구매자의 프레임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필요한 상품만 선택적으로 구매하듯이, 우리와 다른 타자들에 대해 그렇게 보려는 시선을 내면화하고 있는 듯하다. 타자에 대한 이러한 범주화의 분류체계를 내면화하게 될 때, 한 사람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인격과 영혼을 소유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 육체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한낱 영혼 없는 유전자(DNA)를 지닌 일종의 노웨어맨’(nowhere man) 취급을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어느 외국 작가가 우리는 인력(人力)을 원했는데, 인간(人間)이 왔다!”고 한 말은 그 적절한 예가 된다. 타자에 대한 우리 안의 왜곡된 시선을 전환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매개과정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안산 원곡동에 소재한 지구인의정류장(대표 김이찬)에서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봐요! 우리 지금 한국에 살아요!] 프로젝트는 우리의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지구인의정류장은 20091월 이주민의 생활과 결합된 자주적 미디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현재 안산시흥 지역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주민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긴급 구호와 상담 지원 활동과 쉼터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구인의정류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활동이 바로 미디어 교육이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네팔, 에티오피아 같은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핸드폰으로 기록하는 이주민 노동인권영상 백서][공동체 라디오로 만나는 이주생활 삶은 안테나를 타고 흐른다’]와 같은 미디어 액티비즘 관련 교육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표현 없이 인권 없다는 슬로건은 지구인의정류장이 표방하는 핵심 모토이다.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이주민들의 관심과 호응 또한 높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한 이주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살 권리를 찾기 위한 문화적 재현 수단으로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주 1회씩 일요일에만 교육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만, 수업에 임하는 이주민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촬영, 제작 스킬 연습, 노동현장 탐방 및 제작 현장 실습을 위해 분주히 발로 뛰어야 하는 강좌 스케줄에도 열성을 낸다. 스스로 기록하고 제작한 영상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권리 혹은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가 주는 표현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한번 배워두면 고향에 가서 생계의 방편으로 써먹을 수 있다는 실용성 또한 은근한 매력이다. 입소문이 난 탓인지 수강생 모집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이주 노동자들은 영상에서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지구촌의정류장을 방문했을 때 감상한 30분짜리 편집용 영상에는 현재 자신이 직면한 일터와 삶터에서의 문제들이 어눌한 한국어로 발화되고 있었다. 이주 노동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일의 양식(糧食)을 계속 얻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2011년 개정되어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고용허가제(), 외국인고용지원센터(제도), 한국인 사장(사람)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이주 노동자들은 누구랄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주 노동자들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품격(品格)과 사람으로서의 양식(良識)을 보여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었다. 이주 노동자들이 직접 영상에 담은 한국의 법-제도-사람은 모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 주장이 너무나 소박했으므로, 너무나 절박해 보였다. 차라리 그것은 읍소였다고 말해야 할까.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고 말했다. 까뮈의 말은 지금 이곳의 이주민들이 바라는 점에 대해 정곡을 찌른 표현이다. 더 이상의 영혼 없는 노동이 아니라 자존감 있는 노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영상을 통해 말하려고 한다는 점은 누구나 실감할 수 있으리라.

 

 ‘Shot by Worker himself!’ 이주 노동자의 당사자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지구인의정류장의 미디어 액티비즘은 일종의 권리를 위한 문화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문화적으로 재현하려는 이주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은 세상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동안 이주 노동자의 지원 활동은 적응과 동화(同化) 위주의 활동이었다. 매뉴얼북 제작과 외국인 장기자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회성 이벤트의 문제는 너무나 분명하다.

 

 나는 지구인의정류장의 미디어 액티비즘 활동이 한 편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예술작품으로 제작되고 유통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물론 이주 노동자에 대한 우리 안의 새로운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사실적이되 곡진하고, 진지하되 유머가 있는 감동적인 예술작품의 수준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항상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던 조지 오웰의 발언은 적절한 참조점이 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마도 유머이야기를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베르그송이 웃음에서 언급한 바 있는 웃음의 힘과 위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 “유연한 것,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생동적인 것에 반대되는 경직된 것, 기성적인 것 그리고 집중에 반대되는 방심, 요약하자면 자유스러운 활동성에 대립되는 자동주의, 이것이 결국 웃음이 강조하고 교정하려고 하는 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한 말이 떠오른다. “나라 걱정을 하지 않는 시(예술)는 시가 아니다[不憂國非詩也].” 우리 시대의 시(예술)가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정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이곳의 문제는 너도 나도 나라 걱정을 하는 애국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위 표현 가운데 나라[] 대신에 사람[]을 넣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걱정을 하지 않는 시(예술)는 시가 아니다[不憂非詩也].”

 

 그렇다, 나는 우리 시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이 사람 걱정을 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주 노동자의 처지와 권리를 생각하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사업(事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누군가를 대변하기 위한 목적이 활동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지구인들의 정류장을 자처하는 지구인의정류장의 활동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지금 선행과 상관없는 동행’(심보선)의 정신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타자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추동하는 마음의 연금술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체인지 메이커 같은 존재를 행위예술가라고 말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다양한 논밭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드물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프로그램은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주)쌈지농부 에서 운영하는 파주 논밭예술학교의 '우리는 어린 농부 예술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 23명 아이들 모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로 구성되었다는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헤이리에서 '농부의 꿈'을 키우는 예비 농부 아이들을 소개합니다.


 

> 파주 논밭예술학교 '우리는 어린 농부 예술가' 아이들

 

 오늘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조그만 밭에 심을 팻말을 만드는 날입니다. 기자가 도착할때 즈음, 아이들은 벌써 형형색색의 물감을 풀어놓고 저마다의 '화려한 작업'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수업이라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조금씩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 장난도 치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이 수업을 본 '어른'으로서 얻는 조그만 덤이 아닐까 했습니다. 화창한 토요일 오전, 이름처럼 아름다운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논밭예술학교의 '우리는 어린 농부 예술가'(이하 어린 농부) 프로그램에 다녀왔습니다.

 

 

> 왼쪽 : 헤이리 마을 4번 게이트로 올라가면 논밭예술학교를 만날 수 있다. 
> 오른쪽 :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물들어가는 교실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린 농부 예술가' 프로그램

 

 학교 외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농사 체험' 프로젝트가 생겨나는 오늘날이지만 '어린 농부' 프로그램이 다른 점은 그 대상을 전적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한정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논 학급' 10명, '밭 학급' 13명 등 참여하는 아이들 모두 파주 지역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논밭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 '(주)쌈지농부'의 천재박(34) 과장은 "학교에서도 농사 체험 프로그램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미리 학교 밖에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나중에 학교 안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을때 먼저 나서는 리더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상대적으로 학교 적응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 했습니다.


  현장에서 함께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는 논밭예술학교의 윤세영(27) 큐레이터는 "아이들이 농작물을 직접 길러보며 땅의 소중함과 선순환 등을 배우게 하고, 이를 그림그리기나 영화 제작 등의 예술작업과 접목시키면서 예술적인 감각도 향상시켜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은 11월 말 까지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쌈지농부'의 철학 아래 논 관찰 및 배추기르기를 비롯, 영화 제작과 그림그리기, 전시발표회 등의 예술 창작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왼쪽 : 푯말에 쓸 나무막대기를 톱질하고  있는 '쨩쉬'
> 오른쪽 : 빨간색을 좋아하는 지수는 푯말도 화사한 빨간색으로 채색중이다

 

 

 

 
손으로 만지고 느껴보는 '자연'

 푯말만들기 수업이 끝나고 이번에는 채소를 직접 만져보는 시간입니다. '내가 동물이 된다면' 이라는 주제에 맞춰 채소로 동물을 만들어보는 시간인데요. 단, 선생님이 "오늘 쓴 채소는 집에 가져가서 직접 먹어야 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커다란 당근이며 옥수수를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함뿍 집어냅니다.

 

 

>동물 만들기에 앞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토끼를 만든다던 쨩쉬(13)는 벌써부터 상추와 당근, 토마토로 거대한 토끼얼굴을 만들어 놓고 '탱자탱자' 놀고 있습니다. 준회(7)는 선생님 옆에 앉아서 동물 만들기 반, 채소 먹기 반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구요. 장난스럽게 선생님이 감자며 양파도 잘라서 넌지시 입에 대자 살짝 맛보더니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한편 반대편에서 딱정벌레를 만든다는 아영이(11)는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아직 더듬이를 안만들었어요"라며 더듬이까지 완성한 후에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요. 기다렸다가 아영이가 만든 딱정벌레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논밭예술학교와 함께한 파주 다문화센터의 직원이자 김민회(9), 김준회(7) 형제의 어머니인 김연(39) 학부모는 "평소에는 학교와 학원 밖에 가지 않아 놀 기회가 없던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보는 입장에서도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11월 말 까지 학교 밖 헤이리 마을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보다 더 성장할 계획에 있습니다. 부디 이 프로그램이 이들이 학교에 돌아갔을때 현지 한국인 아이들과 구별없이 학교생활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파주 논밭예술학교의 '어린 농부'들 이었습니다.

 

 

 

 

> 왼쪽 : 준회가 오이를 먹다가 선생님에게 들켰다.
> 오른쪽 : 하얀 계란껍질로 '눈'을 만들어 붙이고 있는 지수

 

 

> 왼쪽 : 딱정벌래의 더듬이 까지 완성한 아영이가 활짝 웃고 있다.
> 오른쪽 : 민회와 준회 형제의 쉬는 시간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하고 뭇골문화사랑에서 주관하는 전통시장 다문화학교 '문화사세요' 프로젝트가 올 3월 부터 11월 까지 수원 일대에서 진행중에 있습니다. 크게 다문화라디오방송국, 다문화예술가프로젝트, 다문화요리교실로 나뉘는 '문화사세요' 프로젝트는 지역의 이주한국인 가정은 물론 지역 전통 상인들과 이주한국인들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마을기업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요. 경기문화재단 문화웹진 지지봄봄 에서는 이 중 '다문화요리교실' 을 방문해 현장의 모습을 웹진을 통해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수원다문화도서관 '다문화요리교실'에서 참가자들이 오늘의 요리 '치에허'를 만들고 있다.

 

 

 

 작은 동네도서관인 ‘수원 다문화도서관’ 주방은 오늘도 아침부터 북적거립니다. 이번에 만들 요리는 ‘치에허(茄花)’. 갖은 양념에 다진 고기를 얇게 버무려, 저민 가지 사이에 끼워 넣고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중국식 가지튀김 요리입니다. 오늘은 개인사정으로 참가를 못한 강사 분들을 대신해 이주 6년차인 이선아(31)씨가 일일 강사로 나섰습니다. 이주 한국인, 현지 한국인 할 것 없이 “간단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며 요리 만들기에 열중한 가운데, 어느덧 다진 고기를 함뿍 머금은 가지엔 튀김옷이 입혀지고 있었습니다.

 

 

 > 왼쪽 : 다문화도서관 현관문에 조그맣게 붙여진 오늘의 프로그램 안내
 > 오른쪽 : 수원 다문화도서관 입구. 화서동에 위치하고 있다.

 

 

 

 현지요리를 주로 하는 ‘다문화요리교실’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고 뭇골문화사랑이 주관하는 수원 다문화도서관 ‘다문화요리교실’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베트남 및 중국 출신의 이주 한국인들과 현지 한국인들 10여 명이 함께 현지 요리를 만들어보는 요리 협업 프로그램입니다. 특별한 것은 현지 음식을 요리대상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강사와 참여자의 구분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인데요. 수원 다문화도서관 리온소연(29) 대표는 “한국인들도 모르는 한국문화를 주입식으로 강요하고 꼭 그것을 알아야 한국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외국 나가면 김치찌개가 생각나듯이 이 분들도 그리워하지만 가정에서 잘 해먹지 못하는 모국음식들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색다른 프로그램에 대해 이주 한국인들의 반응도 꽤 긍정적이었는데요. 일일강사 이선아 씨는 “다른 곳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고 강사 지시대로 했는데, 여기서는 모국 음식 만드는 것에 직접 참여도 하고 주도하고 그러니깐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주 3년차인 재준영(34) 씨는 임신 9주 차 인데도 하루도 안 빠지고 나오셨다며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고 여기서 배운 모국 요리를 집에서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 이주 한국인인 이선아(좌측) 씨와 제준영(중간) 씨가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함께 만들고 함께 식사하는 ‘밥상 공동체’

 

 속 재료가 남아 중국식 간두부로 춘권을 만들고, 간두부를 꺼낸 김에 새콤한 간두부 오이무침을 무치고, 방울토마토까지 곁들인 성대한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매주 수요일 이렇게 함께만 든 요리를 나누어 먹고, 음식을 조금 남겨 오후에 도서관을 찾는 자원봉사자들과도 함께 나눈다고 하니 이만한 밥상공동체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쯤 되어서는 ‘다문화요리교실’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생활공동체’ 같은 느낌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주방이 있고, 앉고 누울 수 있는 방바닥 까지 있는 이 ‘특이한’ 도서관의 풍경과 함께 말입니다.

 

 이 커뮤니티는 비단 이주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현지 한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했습니다. 요리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신소영(22) 씨는 “솔직히 선입견이 없진 않았다”며 “하지만 몰랐던 중국요리와 요리법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중국 출신 어머니들이나 청소년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고 음식도 입에 넣어주는 듯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어 되래 고마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고 있는 모습

 

 

 

 더 이상 ‘한민족’임을 고집할 수 없는 때. 우리 주변의 이주 한국인들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그 새로운 모습들을 여기서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번 쯤 기회가 된다거나 가까우시다면 수원 화서동 ‘수원다문화도서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살가운 커뮤니티와, 맛있는 이국음식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