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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트 엔더슨의 유명한 상상의 공동체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치장을 하고 나와 시청광장에서 ~한민국을 외치는 우리들의 사진이 표지로 실려 있다. 그로부터 10, 우리가 생각했던 그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거리엔 부랑자들이 가득하고 지하철은 이상한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 실제적으로 관계해야 하는 커뮤니티도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이웃 사람은 언제든 소중한 내 딸을 성폭행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하고 학교에서 만나는 스터디 모임 아이들의 우선 순위는 언제나 친구보다는 스펙에 있다. 가족 밖으로 나가면, 오래 알고 지내던 막역지우이외의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란 우리에게 얼마나 있는가? 우리가 외로운 건, 외로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하자센터 신관 1층 하하허허카페에서 열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방담회

 

 

 

 어떻게 커뮤니티와 관계할 수 있을까? 완벽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문화예술교육이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잘 보이진 않지만 우리 문화예술교육은 지금까지 도서관을 사랑방으로, 버려진 공간과 쓰레기를 아이들이 가꾸는 정원과 탁자로 만들어왔다. 아이들 학교 보내기 바쁘던 아줌마들이 함께 모여 춤꾼이 되고, 방과 후 갈 곳 없던 시골아이들이 모여서 연극놀이를 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은 그 기획의 특성상 하나의 꺼리를 주변 여러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밖에 없어 참여자들이 교육을 중심으로 커뮤니티화되기에 쉬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그 즐거운 꺼리를 만들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공동체에 대한 방담회를 기획해보았다. 이 달 1(),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신관 하하허허 카페에서 진행된 방담에는 4명의 기획자가 참가하였다.

 

 > 왼쪽 : '커뮤니티 동네' 양재혁 대표. 양 대표는 안산 선부동과 와동에서 그룹홈(소년소녀가장), 일반 지역 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원만들기 및 동네 칭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오른쪽 : 나눔연극작업소 소풍의 권오현 대표. 권 대표는 고양시 행신동에서 지역 아주머니들이 뮤지컬을 만들어보는 '엄마들의 예술비빔밥' 프로젝트를 지역 작은도서관과 연계해 함께 진행하고 있다.

 

 

> 왼쪽 : '조우하자' 박승현 대표. 박 대표는 수원 행신동에서 지역 커뮤니티와 외국인들을 비롯,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소비형 커뮤니티 게스트 하우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오른쪽 : '여러가지 연구소' 민경은 대표. 민 대표는 부천 지역 일대에서 지역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 날 두 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는 스크립트로 A4용지 16장 분량의, 공동체를 비롯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사실 짤막한 기사로 이 많은 이야기들을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생각에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4개의 주제별로 각각의 이야기들을 묶어보는 개별적인 기사를 준비했다. 즉 문화예술교육이 벌어지는 동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각 기획자가 생각했던 커뮤니티에 대한 상, 그리고 현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과 이를 풀어나가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몇가지 고민까지.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네 가지 주제로 방담회에 참여했던 기획자들의 이야기로 이 날의 방담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혜교 기자  |  chkint@hanmail.net

 

 

 

1. 문화예술교육, ‘동네에 대한 고민 [바로가기]

2. 커뮤니티, “함께 밥을 하는 것과 같은. [바로가기]

3.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 [바로가기]

4.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고민 [바로가기]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0.

 

 ‘행동하는 대로 사느냐,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느냐?’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에는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인간관계의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의 기초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무기력한 모습뿐만 아니라 감정 폭발과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는 경우가 잦다. 자신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자아 존중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아 존중감이 높으면 친구를 잘 사귀고 활발하게 생활하는 반면, 자아존중감이 낮으면 스스로를 열등히 여겨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는 부모와 선생님의 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말을 인정하고 들어주며 장점을 칭찬하면 아이들은 자신을 ‘괜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서 ‘칭찬’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칭찬은 아이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다 긍정해주려는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리스트커트(wristcut, 손목을 칼로 긋는 자해 행위), 거식증 같은 병적 징후를 보이는 아이들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칭찬조례’ 제정운동이다. “아이를 칭찬하며 키우자”는 것이다. 이 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마을(자치구)의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받는 아이를 위해서는 ‘칭찬하는 마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교육자 후쿠도메 쓰요시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칭찬학습법』(이매진 2008)에서 “칭찬은 아이를 밝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만들며, 결국 한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고 말한다. 칭찬조례 제정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이 어떻게 변했고, ‘칭찬을 잊은 사회’ 일본 사회에 어떤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컬처커뮤니티 ‘동네’(대표 양재혁)가 안산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미적 교육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칭찬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야심찬 의도 때문이다. 〔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와동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되는 <책키북키 스파이더맨의 칭찬 거미줄> 사업과 선부동 하늘꿈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농장>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와동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동네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유·무형의 문화재(사람 및 장소)들을 선정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한 뒤 ‘동네 문화재’로 선정해 『동네문화재』 책에 수록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아이들은 4명이 한 모둠을 이루어 직접 만든 종이깃발을 앞세우고 칭찬받아 마땅한 동네 어른들은 물론 특정의 장소를 탐방해 취재를 한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칭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칭찬받아 마땅한 동네 어른들을 선정한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흥미 있는 점은 또 있다. 아동센터 앞 사세충렬공원에 ‘야외캠프’를 차려 아이들끼리 옥신각신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공원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께 차(茶)를 대접하는 등의 시시콜콜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A.토크빌이 “상부상조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고 말한 것처럼, 예술교육을 통해 상부상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성장과 강화를 위해서는 너의 성장과 강화 또한 필요함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이 야외캠프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빈 구석’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는 10월에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을 초청해 <주먹밥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러한 야외캠프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동네를 생각하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2.

 

 안산 선부동 하늘꿈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농장’ 프로그램 또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요한다. 차상위 계층, 그룹홈,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마을에 소재한 정원 주인을 대신(substitute)하여 갖은 꽃과 식물을 기르고 생육한 식물들을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프로젝트이다. 마을 어른들로부터 일상적인 시선의 차별을 받아온 저소득층 아이들이 ‘소통하는 봉사’ 활동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마을 어른들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인정과 지지를 받는다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단단히 결속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다. 가정이 해체되고 사회적 관계 또한 절연된 그룹홈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소속감에의 열망은 더 높다. 식물을 기르고 분양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적 낙인(stigma)을 극복하고, 마을 어른들 또한 아이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작은 ‘균열’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실제 어른들의 언행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할아버지들의 변화가 특히 눈에 띈다고 한다. 아이들만 보면 사나운 포식동물의 눈빛을 내비치던 동네 할아버지들의 눈빛이 다소간 부드러워진 것이다. 아마도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하기 전에 먼저 “이 얘기를 해도 될까?”, “이 행동이 저 아이에게 상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가 마을에서 진정으로 존중을 받는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마을 어른들 마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더욱 형성될 때 실현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3.


 전체적으로 안산에서 진행되는 〔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보살피는 ‘칭찬하는 마을’을 가꾸려는 커뮤니티 기반 예술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자신의 촉감(觸感)을 살리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미적 교육을 통해 아름다움을 통해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적 교육의 효과 측면에서도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방식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강렬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우리 시대 가난의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편들을 써오고 있는 최금진 시인이 어느 시에서 “웃음엔 민주주의가 있는가”라고 썼듯이,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는 ‘웃음의 양극화’ 현상을 낳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계통이 훌륭한 웃음일수록, / 말없이 고개 숙이고 달그락달그락 숟가락질만 해야 하는 / 깨진 알전구의 저녁식사에 대한 이해가 없”(「웃는 사람들」)기 때문이다. 6학년 아이가 쓴 다음의 시 「그림자」는 이 아이들이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적절한 예가 된다. 그것은 ‘칭찬’과 ‘친구’이다. “내 친구들 학원 간 뒤 나 혼자 외롭다 / 이럴 때 놀아주는 그림자 / 난 괜찮다 하지만 / 계속 붙어 있는 / 내 마음 아는 그림자.”


 안산에서의 이 프로젝트는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교육의 좋은 사례이다.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관심과 홛동은 많지만, 예술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미적 교육’ 사례는 여전히 취약하다. 문제는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다. 어떤 정책의 문제는 결국 ① 과연 바람직한가, ② 과연 효율성이 있는가, ③ 과연 지속가능한가 하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성’이란 어떤 경제효과를 따지자는 효율성이 아니라 그 사업의 목표와 의미를 제대로 달성했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안산〔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 사업이 끝나고 나면, 이 아이들은 예전의 현실로 돌아간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동네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젝트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과 다름없다.

 

 아이들은 좀비도 아니고, 괴물도 절대 아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어른이 있고, 그런 사회가 있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칭찬하는 마을’에서 살 권리가 있다.

 

◎ 관련 기사

     와동 아이들의 '동네 칭찬' 프로젝트 [기사 보기]

    - 안산시 와동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 '책키북키 스파이더맨의 칭찬 거미줄'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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